지진파로 지구 속을 본다고? – CT 찍는 지구과학자들
지진파로 지구 속을 본다고? – CT 찍는 지구과학자들
지진파를 이용해 지구 내부를 촬영한다면 믿으시겠어요? 지구과학자들의 놀라운 탐험 기술을 소개합니다
지구는 인간이 직접 들어갈 수 없는 거대한 구조물입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지각은 지구 전체에서 아주 얇은 껍데기에 불과하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지구 내부, 그 깊숙한 중심부까지 알 수 있을까요? 바로 지진파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병원에서 CT를 찍어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지구과학자들이 지진의 진동을 활용해 지구 속 구조를 파악하는 방식입니다. 이 글에서는 지진파의 원리와 그것으로 지구를 탐사하는 방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밝혀진 지구 내부의 놀라운 비밀들을 살펴봅니다.
지진파란 무엇일까?
지진이 발생하면 땅속 깊은 곳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며 진동이 퍼집니다.
이 진동이 지각을 따라 전달되는 파동이 바로 지진파입니다.
지진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빠르게 이동하는 'P파(Primary wave)'와
느리지만 더 큰 피해를 유발하는 'S파(Secondary wave)'입니다.
P파는 고체와 액체를 모두 통과할 수 있지만, S파는 오직 고체만 통과합니다.
이 특성이 바로 지구 내부를 탐지하는 열쇠가 됩니다.
지진파로 지구 내부를 '촬영'하는 원리
지진파는 지구 내부의 다양한 물질과 구조를 통과하면서
속도, 방향, 강도 등이 달라집니다.
지구과학자들은 전 세계에 설치된 지진계로 이 파동을 측정하고,
파동의 이동 속도와 도달 시간, 굴절 각도 등을 분석해
지구 내부의 밀도와 상태를 파악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마치 CT처럼 단면 이미지를 구성하는 것을
'지구 물리탐사' 또는 '지진단층촬영법(seismic tomography)'이라 부릅니다.
지구 내부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도구
지진파 분석을 통해 지구 내부는 다음과 같이 나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지각 | 0~70 | 고체 | 우리가 사는 땅 |
맨틀 | 70~2900 | 고체+유동 | 대류가 일어나는 층 |
외핵 | 2900~5100 | 액체 | S파가 통과하지 못함 |
내핵 | 5100~6371 | 고체 | 고온·고압에서도 고체 상태 유지 |
이 구조는 지진파가 어떤 층에서는 굴절되고, 어떤 층에서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는 특성을 통해 밝혀진 것입니다.
CT처럼 내부를 투시하는 '지진파 단층촬영'
지진파 단층촬영은 하나의 지진이 전 세계 여러 지진관측소에
어떻게 도달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지구 내부의 밀도 분포를
3차원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도달 시간 | 지진 발생 후 도달까지 걸린 시간 측정 |
굴절 각도 | 지층을 지날 때 꺾이는 방향 확인 |
감쇠 현상 | 에너지가 줄어드는 정도로 물질 상태 예측 |
이 과정을 통해 마치 뇌 CT처럼, 지구의 핵과 맨틀 구조를
정밀하게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지진파로 알게 된 지구 내부의 진실들
지진파 연구를 통해 밝혀진 대표적인 사실들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외핵은 액체다
S파가 외핵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외핵이 액체임이 확인됐습니다. - 지각은 매우 얇다
지각은 평균 30km 내외로, 지구 반지름(6371km)에 비해 매우 얇은 껍데기입니다. - 맨틀의 대류 현상
맨틀은 고체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유동하는 성질이 있어,
대륙 이동과 화산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기술은 어디에 활용될까?
지진파 단층촬영 기술은 단순히 학문적 목적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진 발생 가능 지역을 예측하거나, 원유와 천연가스를 탐사하는 데
사용되며, 지하 자원의 분포를 분석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또한, 화산 아래 마그마의 움직임을 감지해 폭발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지구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입니다
지진파를 이용한 탐사는 인류가 지구 내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구 내부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많은 비밀이 존재합니다.
이제는 단순한 관측을 넘어, 더 정밀하고 입체적인
지구 모델링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중심에서
지구를 더욱 깊이 이해해가고 있습니다.